티스토리 뷰

제목 :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저자 : 장영희 / 출판 : 예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눈 먼 거지 소녀가
저는 눈이 멀었습니다 라는
푯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소녀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유심히 그 푯말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문장 하나를 더 써주고 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소녀에게 돈을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그 남자는
어떤 문장을 적어줬을까요?

나는 당신들이 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봄을 보지 못합니다.

이 문장에 감동한 사람들이
소녀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은 참 슬프겠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참 행복하겠다. 라는
공통적인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요.

문학은 이러한 인간의 공통적인 감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이야기하는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바로 장영희 교수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입니다.

장영희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 1급 장애를 얻어
평생 불편한 다리로 살았고,
말년에는 유방암과 척추암으로
힘든 삶을 살면서도 문학전도사,
희망전도사로 불리며
꿈과 용기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이 책은 생전에 고인이
청춘들에게 들려주었던
강의의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과
젊은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이 담긴
문학과 인생에 대한
유일한 강의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경희 교수는 이 책에서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학이라는 주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연결하여
삶에 있어서 문학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저자는 중학생인 조카에게
강제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게 하고
이 책에서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당황한 조카에게서
전쟁은 나쁘다 라는
너무나 간단하고 엉성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완벽하게
정확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말을 하기 위해서 톨스토이는
500명이 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여러 가지 갈등과 사랑의 관계,
상황들을 성절해서
좀 더 비유적으로
좀 더 감동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여주고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저자가 2001년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교수모임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메디컬 스쿨 교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뜻밖에도 그 교수가 가진
해박한 문학적 지식에 놀랐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하버드 의대에서는
교양과정의 대부분이 문학으로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의대에서 문학을 배운다는 것이
참 의아했다고 합니다.

왜 메디컬 스쿨 교양 강좌에서
문학을 배웁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점이 있어요.

마음이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막 속이 타들어가고 고뇌에 빠져 있고
무언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다 구별됩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의대 교수의 대답치고는
너무 비과학적이고 감상적인가요?

그럼 다음의 말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치료한다는 것은
환자의 마음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야
그 사람을 잘 치료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문학에서 배웠습니다.

비단 의사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문학이 가장 기본이며
인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인 한계를 넘어
우리에게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문학작품을 읽고
내가 그 작품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리경험을 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또 후회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들의 운명과 인생,
성공의 원천은 바로 문학과
독서의 힘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링컨은
가난한 어린시절과 불우한 환경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서는 아들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등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을
문학과 독서를 통해 길렀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전기를 읽고
언젠가는 자신도 워싱턴과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엉클 톰스 캐빈을 읽고
노예해방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이 북쪽의 승리로 끝나고
노예해방이 되었을 때
링컨은 엉클 톰스 캐빈을 쓴 저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 거대한 전쟁의 원인이 된
작은 여인이시군요.

남북전쟁이 실은 엉클 톰스 캐빈이라는
작은 문학 작품에서 시작되었고
그 전쟁으로 인해 흑인 노예들은 해방되고
인간임을 확인 받았던 것입니다.

토크쇼의 여왕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역시
흑인 사생아로 태어나
빈민가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심지어 13살에 성폭행을 당해
아이까지 출산했으며,
20살에는 마약에 빠져
절망의 시절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는 실패와 고난을 극복한
흑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소설을 읽으며
그 암흑의 순간들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이 책은 문학의 의미를
저자의 일상속에서 겪은 경험과
다양한 문학작품을 이용해
적절한 비유와 풍부한 예시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 책 속에는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즐겨보던 책들과 강의노트,
그리고 서재의 책꽂이와 방안에 소품들,
직접 만든 그릇들의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장영희 교수를 다시 추억하게 해줍니다.

비록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삶의 향기와 꿈의 메시지,
그리고 문학의 주제인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의 깊은 울림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